지난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한 후, 줄곧 국내 인터넷 기업을 대표해 해외 빅테크와 최전선에서 경쟁을 벌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또다시 경영 최일선에 섰습니다. 해외 먹거리 개척에 몰두하던 그가 8년만에 다시 무거운 자리에 앉은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바로 토종 인터넷 기업의 완전한 독립. 모바일 시대, 한국의 디지털 주권을 사수한 이 창업주는 AI 시대에도 우리만의 독창적 문화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26일 네이버 주주총회 현장에서 만난 이 창업주는 기자들 앞에서자 곧바로 "인터넷의 다양성이 지켜져야하고 네이버는 구글 등 빅테크와 맞서 25년을 견디고 살아왔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는 "항상 어려웠지만 우리는 그들(구글 등 빅테크)과 정면 승부할 수 없고, 보다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로 극복해왔다"며 네이버 만의 방식으로 AI 시대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불고 있는 네이버 검색의 위기론에 관해서도 "검색의 시대가 저무는 것이 아니라 사실 더 확장되고 커지고 있다"며 "인터넷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저희 회사의 사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가 1~2개의 검색 엔진만 사용하고 1~2개의 AI만 쓰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라며 토종 인터넷의 가치, 국가적인 소명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불고 있는 소버린(주권) AI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입니다.
사실 이 창업자는 2017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투자책임(GIO)으로써 해외 사업에 몰두해왔습니다. 네이버의 AI와 클라우드,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먹거리와 선진기술을 직접 체득하고, 해외 투자를 집행하며 후방 지원에 주력해왔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불편한 자리를 떠앉은 이유는 바로 AI 탓입니다. PC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 전환기가 도래하자, 그는 2011년 일본에 메신저 '라인'을 출시하며 글로벌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덕분에 네이버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웹툰을 앞세워 미국 증시에 입성, 북미 시장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굳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시장 내 AI 시대가 본격화되자, 네이버는 이 창업주의 남다른 혜안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입니다. 모바일 전환 시기, 그의 승부사 기질이 빛을 발했듯, 이제 AI 패권 경쟁시대에도 이해진의 역할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과감한 속도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거처럼 그가 직접 전면에 나서는 방식은 아닙니다. 향후 이 창업주는 의장으로써 주요 의사 결정을 빠르게 내리되, 후방에서 젊은 인사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매진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이 창업주는 "인터넷 시대에 시작된 네이버가 모바일 환경 파고까지 성공적으로 넘을 수 있었던 핵심은 혁신 기술을 이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 바꾸겠다는 열정과 네이버만의 투지 덕"이라며 "AI 시대를 맞이하는 네이버의 기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젊은 경영진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숏폼 등 젊은 세대가 소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이해하기위해 젊은 리더십에 강력한 힘을 싣어주겠다는 의지입니다.
실제 최근 선임된 네이버 내 신규 임원 6명 중 5명이 1980년대생으로, 이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장에 대한 민첩한 대응과 의사결정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검색, 커머스, 스포츠&엔터, 보안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 젊은 리더들이 전면에 배치됐습니다. 네이버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레 마무리된 셈입니다.
그가 국내에 머물며 젊은 인재를 키우고 해외 빅테크와의 수싸움에 공을 들이는 동안, 해외 사업은 네이버의 대표 브레인들이 도맡게 됐습니다. 기존 CFO였던 김남선은 전략투자 대표로 자리를 옮겨, 이 창업자의 GIO 역할을 이어받습니다. 김 대표는 해외 벤처 투자 및 북미 최대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 경영을 총괄할 예정입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지역의 사업 확장을 전담하는 부문을 마련, 네이버의 대표 여성 리더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이 창업주의 복심인 그가 중동을 교두보 삼아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