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게임업계에서 흘러나옵니다. 잘 만든 완제품을 시장에서 취사선택하는 수동적 소비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개발 과정에 반영해주기를 원하는 '미식(美食)'의 시대가 찾아온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초개인화 시대'라는 표현을 씁니다. '잘 만든 것'과 '원하는 것'의 경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이 차이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살아남는다는 얘기입니다. 그 결과 게임 시장은 다양성으로 한층 풍성해졌고, 유행이란 아련한 신기루처럼 쫓기 힘든 존재가 됐습니다.
최근 한국 게임업계가 대규모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는 '대작' 중심의 개발 기조에서 벗어나 더 많은 종류의 게임을 다각적으로 개발하는 '다작' 기조를 택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대규모 흥행 부진의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소비자의 다양해진 취향을 반영한 다변화된 접근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스타 2024'에서 주요 게임사들이 선보이는 출품작들을 통해 이러한 기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넥슨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포함해 각기 다른 특색의 신작 5종을 출품해 소비계층에 소구하는 게임별 특징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습니다. 크래프톤도 '지스타 2024'에서 장르와 특색이 다른 신작 3종을 공개하며 다양한 개발팀의 개성이 반영된 개발 체계를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회사는 산하에 12개 스튜디오를 두고 블루홀 스튜디오 '다크앤다커 모바일', 렐루게임즈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 각기 다른 개성의 신작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개발 일정을 단축하는 동시에 다양한 작품을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개발팀을 독립적인 스튜디오 체제로 재편하며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인 것입니다. '쓰론앤리버티(TL)', 'LLL', '택탄' 등의 개발팀을 스튜디오화하고 자체적인 사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다작 중심의 기조 변화가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수익성을 높이려는 경영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MMORPG처럼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의 게임 개발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을 충족하며 시장 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설명입니다.
예컨대 에피타이저와 스프, 메인 요리, 디저트로 이어지는 전통적 코스 요리의 면모를 고수하기 보다 각기 다른 요리로 구성된 4가지 음식을 준비해 소비자에게 취식 순서 등의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보다 큰 효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의 입맛이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식당도, 게임사도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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