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수 년 동안 바라왔으나 이루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홈' 진출입니다. 애플은 2006년 데뷔한 '홈 팟'과 2007년 '애플tv' 같은 제품을 시장에 내놨으나 그다지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공간 한계를 뛰어넘겠다던 '비전 프로' 역시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애플이 다시 한 번 심기일전 스마트홈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합니다. 블룸버그의 애플 소식통 마크 거먼 기자에 따르면 애플은 새로운 '홈OS' 운영체제와 스마트 디스플레이, 하이엔드 테이블탑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조원을 쏟아부은 애플카 프로젝트를 포기한 애플이 스마트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는 소식입니다. 거먼 기자는 "앞으로 2년 동안 홈 하드웨어가 애플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시리' 품은 스마트홈, 새로운 성장동력 될까
블룸버그는 애플 '홈팟'이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으로 폐쇄적 생태계를 꼽았습니다. 애플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는 모바일 분야에선 독보적인 성과를 냈지만, 보다 많은 디바이스가 함께 연결돼 작동해야하는 홈 분야에선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약점은 새로운 스마트홈 표준인 '매터(Matter)' 등의 등장으로 어느정도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애플의 새로운 기회는 인공지능(AI)이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통해 가정 내 디바이스를 AI 비서 '시리(Siri)'로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은 최근 '홈(Home)' 앱을 개편했고, 애플tv 셋톱박스에 탑재된 'tvOS' 기반 위에 구축될 새로운 홈OS를 통해 새로운 에코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를 기반으로 애플은 애플tv 플러스 스트리밍 콘텐츠를 재생하고 페이스타임 통화를 할 수 있는 1000달러대 가정용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렴한 아이패드를 집 주변 여러 곳에 둔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삼성, "거실에선 이미 내가 강자다"
애플의 라이벌 삼성전자도 스마트홈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삼성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TV, 가전 등에서 세계적인 제조사로 손꼽히는 만큼, 애플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회사는 최근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를 통해 모든 제품에 개인화 AI를 적용해 일상을 혁신하겠다는 비전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통합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 가입자는 지난 8월말 기준으로 3억5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삼성은 TV 등 삼성 주요 제품에 스마트싱스 허브를 탑재해 별도 허브 없이도 삼성 가전제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해 안정적이 연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뒀습니다. 올해는 AI 기술를 강화하고, 기업간거래(B2B) 전용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프로' 출시와 정보보안 강화에 힘을 쏟는 중입니다.
AI를 만난 스마트싱스는 개인 생활습관을 학습하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을 인식해 능동적으로 주변 환경을 조율하게 됩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사용자경험(UX) '원 UI'가 내년부터 가전에도 적용되고, 가전제품에 내장된 7인치 스크린과 진화한 AI 음성 비서 '빅스비',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타이젠 OS' 등으로 맞춤형 경험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