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만전자'를 꿈꾸던 삼성전자 주가가 전일 5만8900원까지 하락하며 '오만전자'로 내려앉았습니다. 최근 엔비디아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과 TSMC의 호실적, SK하이닉스의 반등과 완벽히 거꾸로 가는 흐름입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반성문'에 가까운 설명자료를 함께 내놓으며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허나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HBM 등 AI 시장 대응에 한 발 늦은 것은 물론,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루 이틀 사이 벌어진 일이 아닌 만큼, 반등에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LG전자도 3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으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LG전자는 BS본부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부진을 털고 체질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 금융당국이 업비트를 비롯한 국내 디지털자산(코인) 사업자의 독과점 이슈를 제기한 가운데, 정작 규제밖 해외 사업자 비중이 더 커지고 있어 이목이 쏠립니다. 국내 사업자들의 발목이 묶인 가운데, 해외 사업자들이 연일 국내 코인자본을 빼가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는 양상입니다.
👀 테크 톡 : 홀로 겨울 맞은 삼성...위기 극복 가능할까
좀 더 깊이 들여다볼 만한 테크 이슈
거품론에 시달리던 '인공지능(AI) 붐'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AI 칩 '블랙웰' 수요가 "미쳤다"고 표현했고, 대만 TSMC는 AI 칩과 고성능컴퓨팅(HPC) 등의 수요 증가로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6.5%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힘을 못쓰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은 지난 3분기 시장 눈높이게 크게 못 미치는 9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경영진이 실적 부진에 대한 '반성문'을 함께 제출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계속해서 지연되는 등 AI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 것이 치명타로 돌아왔습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한 달 간 약 25%의 주가 상승을 나타내며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고,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경쟁사로 꼽히는 SK하이닉스는 약 19%, 심지어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약 18% 상승했습니다. 동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10% 이상 하락, 10일 장 중 '5만전자'로 내려앉았습니다.
뼈아픈 반성문에도...단기 반등 쉽지 않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은 실적발표와 함께 전한 설명문을 통해 ▲기술 경쟁력 회복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개선 등의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지적되던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하고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연말 대대적 인적 쇄신이 예상되고 있으며, 제2의 '애니콜 화형식' 급의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삼성전자의 실적 위기는 HBM 등 AI향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동시에 스마트폰, PC 등의 수요 부진으로 범용 D램 판매마저 주춤하면서 발생했습니다. 또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워오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파운드리 사업이 계속해서 대규모 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도 뼈아픈 상황입니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HBM개발팀'을 신설하고 파운드리 인력을 메모리 사업부로 재밸치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강도 높은 개혁 의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단기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내부적인 체질 변화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방 수요 약세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부문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예상보다 지연된 HBM3E 인증 성공 여부가 턴어라운드의 '키'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증권가 목표주가 줄하향...HBM이 반등 '키' 될까
증권가는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눈높이를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4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내렸고, KB증권은 9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유진투자증권은 9만1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NH투자증권은 9만2000원에서 9만원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하향했습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을 감안해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이미 발표한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지나치게 부진한 실적"이라며 "전통적으로 재고조정과 완제품 관련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4분기에도 경쟁 업체 대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대규모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기저가 낮아짐에 따라 4분기 실적은 반등이 예상되지만 DS 부문의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AI향 HBM3E 및 고용량 DDR5, DDR4 등 레거시 제품들 간 수요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당장 제품 믹스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환경이며, 파운드리도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가벼워졌으나 당장 유의미한 성과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당초 9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최대 GPU 업체향 HBM3E 8단의 인증이 10월 중으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인증의 성공적인 통과 여부는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 뿐 아니라 내년 동사 HBM 사업 부문의 본격 성장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인증 성공 시에는 HBM 부문의 시장 점유율 및 경쟁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만약 실패할 경우에는 중국향 HBM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내년 HBM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