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구영배 큐텐 대표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며 사재를 비롯해 가용한 모든 자금 약 800억원을 사태 해결에 동원하겠다고 말했지만,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피해액과는 거리가 큰 금액이었습니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대금을 '위시' 등 회사 인수합병(M&A)에 활용했다고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큐텐이 양치기 소년 행태를 보이고 있어 신뢰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 했습니다.

이미 신뢰가 무너진 마당에 구 대표가 단기간에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는 게 사실입니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의 합병 등을 거론했지만, 두 회사 모두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안고 있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모회사인 큐텐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마저 '사기적 행위'로 못 박은 마당에, 구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 결제대행업체(PG) 등이 떠안게 될 피해를 어떻게 구제할지 여전히 미지수인 가운데, 이제 화살은 이커머스 업계의 정산 관행과 판매대금 운용 방식, 상품권을 악용한 자금 조달 등에 관한 규제 이슈로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번져 나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혹여 규제 남발로 인해 업계가 위축되고 국내 시장을 노리는 C커머스에게만 유리한 상황이 되는 역차별이 벌어지진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됩니다. 문제가 있는 곳에 칼을 대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부디 그 칼이 환부만 정교하게 도려낼 수 있도록 날카로운 메스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