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피해가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결제 및 국내 금융시장까지 일파만파 확산된 가운데, 네이버의 '빠른정산'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두달에 달하는 긴 정산주기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거론된 반면, 실제 1위 사업자인 네이버의 경우 단 3일여만에 정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업계에선 이커머스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결제주기 이슈가 존재하고 있는 데다, 중국 서비스가 연일 한국시장을 노리는 상황에서 정산일을 정부가 설정할 경우 시장 위축 및 또 다른 역차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티메프 사태'의 본질은 정산주기가 아니라 기업의 건전 재정에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습입니다.
티몬은 두달, 네이버는 3일
-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주기는 약 2개월, 네이버의 경우 짧으면 대략 3일 전후로도 정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위메프는 상품이 판매된 달 말일을 기준으로 두 달 후 7일에 판매자들에게 100% 정산해줍니다. 티몬은 거래가 이뤄진 달의 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판매금을 정산해왔습니다.
- 반면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고객이 구매확정을 하면 다음날 정산을 확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자동구매확정일은 배송일 완료일 기준 8일째입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페이 빠른정산을 통해 배송시작 다음날, 결제 후 약 3일만에 대금의 100%를 정산하는 무료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부터 올 7월까지 네이버페이 빠른정산 서비스를 이용한 약 12만명의 소상공인에게 선지급된 대금은 총 약 40조원에 달합니다.
- 이커머스 정산주기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 60일, 위수탁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체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말하는 대규모 유통업자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기업의 건전재정
- 이번 사태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 에스크로는 은행과 같은 신뢰성 있는 제3자가 결제 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품 배송이 완료된 후에 사업자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관련 규제가 담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은 현금 거래에 한해 에스크로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카드 결제 중심인 이커머스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입니다.
- 이커머스 업계에선 진짜 문제는 정산주기가 아니라 기업의 건전재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정산주기 규제가 표면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타 산업계에선 어음 등의 방식으로 결제대금을 활용하고 있고, 긴 정산주기 역시 산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왔는데, 유독 이커머스에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실제 이커머스 업계 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다양한 생태계를 갖춘 업종들의 경우, 대부분 정산주기가 존재한다. 즉 정산주기가 길어서 생긴 문제보다, 유통 주체인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 그룹이 안정적 자산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유통 플랫폼사의 재무건전성 측면은 돌아봐야한다는 지적엔 업계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