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게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게임을 사랑하는 중년 게이머인 에디터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 국내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MMORPG와 캐주얼 게임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MMORPG는 국내 게임사가, 캐주얼 게임은 중국 게임사가 강세를 보입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어제 캐주얼 게임 명가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모험의 탑'이 등장했습니다. 이 게임이 국내는 물론 해외 인기 차트까지 휩쓸자 데브시스터즈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습니다.
국산 MMORPG는 소위 '리니지 라이크'라고 불립니다. 이는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들이라는 뜻으로, 리니지가 국내 게임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같은 날 6.66% 급락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오늘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를 선보이며, MMORPG를 벗어나 '탈 리니지'에 도전합니다.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한 모습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블리자드와 스퀘어의 신작 게임 출시일을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모두가 그들을 최고의 게임사라 칭송했고, 내놓는 게임마다 흥행가도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게이머들의 마음이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같은 흥행 공식을 답습하면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 이용자들은 오직 재미를 쫓습니다. 재미있으려면 새로워야 합니다. 비슷한 게임이라도 매번 달라야 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마석도는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다른 맛에 계속 천만 영화 되는 겁니다. 닌텐도 게임을 보면 매번 똑같은 마리오, 젤다인데, 매번 다른 맛이 납니다. 그래픽이 엄청 뛰어나거나 스케일이 거대한 것도 아닙니다. 슈퍼셀 게임은 점점 더 단순해지는데, 오히려 더 깊이가 느껴집니다. 이들은 오직 더 재미있어지기 위해 스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이를 믿고 게임을 구매합니다. 반대로 최근 국산 게임들은 겉은 다 다르지만, 속은 다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같은 맛을 판타지 맛, SF 맛, 무협 맛, 북유럽 맛, 카툰 맛으로 껍데기만 바꿔 파니, 이제 '찍먹'조차 지친 이용자들이 아예 게임판을 떠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여러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MMORPG에 편중된 장르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며, 콘솔 게임으로의 플랫폼 확장이 해법으로 제시됩니다. 하지만 MMORPG면 어떻고 콘솔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재미만 있으면 게이머들은 돌아옵니다. 게임은 반도체나 자동차가 아닙니다. 경영 전략으로 잘 팔리는 게임을 한두 번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을 계속 만들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고, 그 원천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에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이 비틀거리고, '팰월드', '헬다이버즈 2', '매너로드' 같은 시장 논리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게임들이 오히려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흥행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이 불닭볶음면 같이 화끈하고 새로운 맛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게임사들도 이를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MMORPG 명가 엔씨소프트에서 '배틀크러쉬'가 나온 것입니다. 엔씨는 창의력을 시험 중입니다. 물론 새롭다고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배틀크러쉬'가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국내 게임시장이 다시 재밌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새롭고 창의적인 게임이 많이 나와야 이용자도 즐겁고, 게임사도 잘되고,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