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에 한창입니다. 네이버는 AI를 중심으로 5개 CIC조직을 개편해 12개 전문 조직으로 세분화하고, 사내 모든 기술분야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 역시 AI를 실제 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해 사내에 흩어져 있던 AI 조직을 통합하고, 카카오브레인 합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두 기업의 조직개편 소식에 구글이 떠올랐습니다. 오픈AI '챗GPT'가 AI 시대를 대표하기 이전까진 AI 하면 구글을 떠올렸습니다. '알파고'로 충격을 던진 것도 구글이었고, 생성형 AI를 가능하게 만든 트랜스포머 모델도 사실 구글이 원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연합군에 밀리는 모습인데요, 그 이유에 대해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는 '구글이 AI 경쟁에서 밀려난 이유(How Google lost ground in the AI race)'라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 FT는 구글이 AI 시대 뒤처지게 된 내부 요인으로 관료화된 조직을 꼽았습니다. 인상적입니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조직으로 이름을 떨친 구글과 참 안 어울리는 얘기입니다. 구글은 인터넷 시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기술 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창립 이후 구글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직원 수, 제품 수, 시장 영역 등 모든 면에서 괄목할만한 확장을 이루었습니다. 허나 이런 빠른 확장은 기업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결국 더 많은 관리층, 더 많은 정책, 그리고 더 많은 절차를 필요로 하게 만듭니다. 이는 과거와 같은 유연성과 민첩성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 구글은 검색 엔진 외에도 광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사업 분야마다 복잡한 요구사항과 특화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적으로 세분화된 관리 체계가 생겨났습니다. 이런 구조에선 정형화되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는 기존의 성공 모델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구글 내부에서도 이해 충돌이 있는 검색 부서와 AI 부서의 협업이 원할하지 않았고, 전체 회사 차원에서도 뚜렷하지 못한 AI에 대한 비전으로 상당한 혼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 구글처럼 큰 조직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각각의 단계마다 승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결정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선 구글과 같은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반독점 칼날을 들이밀며 강력한 규제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제 준수와 법적 문제는 내부 규정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AI에 대한 구글의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 역시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 흔들리는 구글의 모습을 지켜보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위기감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두 기업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거느린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다시 한 번 '도전자'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미 큰 조직이 새로워진다는 건 어쩌면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조직개편에 어느 때보다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