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반도체 업계는 물론 국제정치경제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 주목을 받는 반도체 기업은 한둘이 아니지만, 인텔의 이름은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언급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이외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CPU도 경쟁력이 약화했습니다. 야심 차게 추진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은 모두의 걱정을 사고 있습니다. 공석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린 인물도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현 상황을 보다 못해 미국 정부가 교통 정리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사업을 쪼개 매각한다는 얘기는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텔의 처지는 삼성전자에게도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파운드리 산업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텔, 쪼개서 판다? 실현 가능성은 '글쎄'
미국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인텔 사업 재편에 ▲미국 정부 ▲TSMC ▲브로드컴 등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지난주 TSMC와 인텔과 협업을 논의했고, ▲일부 지분 인수 ▲생산시설(팹) 인수 ▲합작법인 설립 등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로드컴과도 파운드리 사업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부분을 가져가는 것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인텔 문제에 개입한 것은 인텔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종합반도체기업(IDM)입니다. CPU 설계(팹리스)와 생산(팹)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세계 유일 기업입니다. 7나노미터(nm) 이하 공정 반도체 생산을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미국 기업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TSMC와 삼성전자의 미세공정이 가능한 미국 파운드리 팹과 별개로 미국 기업의 팹이 있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TSMC가 인텔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합작사는 기술 유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돈을 들여 경쟁자를 키우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팹 인수는 TSMC의 신규 투자급의 비용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파운드리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각 사의 장비와 방식 등이 판이한 만큼, 인프라 이외 라인 구축 등을 다시 하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TSMC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브로드컴의 경우 현 사업과 시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또 브로드컴은 트럼프 행정부 1기인 2017~2018년 퀄컴을 인수하려다 외국 자본이라는 이유로 실패한 바 있습니다.
라이벌 삼성전자에겐 악재?
삼성전자는 TSMC나 브로드컴 등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인텔 구조조정이 성사할 경우 중장기적 난관에 봉착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보완재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팹리스 큰 손은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미디어텍 등입니다. 팹리스는 원가 절감 또는 출시 시점 조절을 위해 TSMC와 협상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을 지렛대로 쓰는 구조입니다.
팹리스는 삼성전자와 인텔을 1순위로 두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들과 같은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제품이 많아서 입니다. 데이터센터 업체의 AI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와 인텔 파운드리의 태생적 한계입니다. 인텔은 삼성전자보다 부딪히는 기업이 더 많습니다. 삼성전자보다 인텔이 고객사 확보가 더 곤란했던 이유입니다.
미국 정부가 추천한 기업이 인텔 사업을 가져간다는 뜻은 고객사 확보까지 미국 정부가 신경을 쓴다는 신호입니다. 개입 배경 자체가 미국 기업의 미국에서 미세공정 팹 운영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전임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업계의 미국 공장 구축에 따른 보조금 지급 정책을 재검토 중입니다. 반도체도 관세 전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의사도 표명했습니다. 제도적 지원으로 고객사 이동을 조장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위적 시장 개입이 성사할 가능성은 적지만 현실이 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라며 "맞춤형 반도체의 특성상 협력 관계가 본격화하면 잠금(락인) 효과가 강화하는 것도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