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모인 국회가 정부 국정 전반에 대해 진행하는 감사입니다.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일들을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요구하는 자리가 돼야 하는 국정감사지만,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탐탁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매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국정감사를 기다리지만,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되돌아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올해도 국정감사는 '정책 논의'보다 '정쟁'의 무대가 됐습니다.
규제 사각 외면하고 독과점 지적만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 자리에서 국정감사 얘기를 꺼내면 한숨만 내쉽니다.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 국회의원들보다 기업 대관 담당자들이 더 바빠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기업 대표들을 국감장에 불러 호통치고 망신주기에 바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나쁜 것'처럼 낙인 찍혀 있는 업계는 더 합니다. 가상자산 업계가 대표적이죠.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국회의원들의 호통 대상이 됐습니다.
업비트는 독과점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가상자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태생부터 '글로벌'입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해외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국내 이용자들도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 바이비트에서 버젓이 파생상품 거래를 합니다.
업계에서는 독과점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규제 밖, 무법천지에서 운영되는 해외 거래소 이용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쿠폰 마케팅에는 호통, 진짜 이용자 피해는 외면
빗썸은 수수료 무료 쿠폰을 주고도 이용자를 기만했다고 욕을 먹었습니다. 무료 쿠폰을 등록해야 수수료가 무료가 된다고 알리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여러차례 알림을 보내는 등 이용자 안내에 만전을 기했음에도 모든 이용자에게 적용하지 않았다고 혼쭐이 났습니다.
쿠폰을 주는 형태의 마케팅 기법은 이미 다른 업계에서도 일반적인 형태의 마케팅 기법입니다. 이용자들에게 여러 차례 수수료 무료 쿠폰에 대해 충분히 고지했다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기업의 마케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사실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는 독과점이나 쿠폰과 같은 기업 망신주기 이슈 외에도 시급한 현안이 수두룩합니다. 예컨대 바이낸스가 인수한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겨우 가상자산 예치 상품 '고파이'에 투자한 이용자들이 맡긴 가상자산을 돌려받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사건인데 이 사건은 국정감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망신주기 국감' 대신 '정책 국감' 바란다
업계가 그토록 제안하던 '업권법'에 대한 지적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2단계 입법인 가상자산 업권법이 논의돼야 하는 시점이지만 이에 대한 질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업권법 마련이 늦어지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느 법에서도 금지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암묵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그림자 규제'. 대표적인 것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 금지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1거래소 1은행 실명계좌 허용 등입니다.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고, 거래소는 하나의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은행과 협력하는 것 자체가 막혀 있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활성화하겠다고 했던 토큰증권(STO)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법 개정이 늦어지고, 관련 부처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려주지 않으면서 사업자들은 국내 시장 대신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급등하면서 전국민의 관심사로 올라선 것이 지난 2017년입니다.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투자 여부를 떠나, 이제 전국민이 비트코인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업빗썸' 때리기에만 몰두하며 시간만 흘려보낼 건지, 아쉬움이 큽니다. 가상자산 업계에 '리또속(리플에 또 속는다)'이라는 은어가 있습니다. 또 속을지라도, 내년엔 '망신주기 국감'이 아닌 '정책 국감'이 되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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