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그동안 꽁꽁 숨겨 왔던 인공지능(AI) 보따리를 10일(현지시간) '세계 개발자 대회(WWDC24)'에서 드디어 풀어놨습니다. 상반기 내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큰 계획'이 있다며 기대감을 높여 놓은 탓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지만, 정작 발표 직후 주가가 2% 이상 빠지며 시장은 다소 실망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예상대로 '애플 인텔리전스'가 왔다
- 애플이 선보인 AI 시스템의 이름은 '애플 인텔리전스'로, 행사 전에 노출된 이름과 동일했습니다. 새로운 시리, 이모티콘 생성, 글쓰기 요약, 보안에 대한 강조, 오픈AI와의 협업 등 세부 내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팀 쿡의 후임자 후보 중 한 명이라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부사장의 처절한 몸개그를 제외하면 애플의 AI 전략 발표는 대부분 사전에 예상됐던 대로 흘러갔습니다.
애플 플랫폼 곳곳에 스민 생성형 AI
- 애플 인텔리전스는 언어를 이해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앱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동작을 대신 실행해 사용 방식을 간소화시킵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이나 노트 같은 글을 쓰는 작업에선 글쓰기 AI를 제공하고, 메시지 같은 커뮤니케이션 앱에선 이미지 생성 AI를 제공합니다. 사용자가 쓴 글을 AI가 상황에 맞게 다듬어주거나 교열을 봐주고, 문자를 보낼 때 같이 보낼 알맞는 캐릭터를 AI가 생성해주는 식입니다. 이런 기능들은 선탑재 앱 뿐만 아니라 서드파티 앱에서도 자동 지원된다고 합니다.
드디어 시리가 일하기 시작했다
- 기대를 모았던 AI 비서 '시리(Siri)'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고, 타이핑으로도 뭔가 물어보거나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시리의 첫번째 임무는 디바이스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각종 설정 방법이나 기능 사용법을 학습해 물어보면 단계별로 알려줍니다. 시리의 다음 스텝은 앱 내 '동작(Action)'을 대신 수행해주는 단계입니다. 일단 시리가 화면을 인식합니다. 친구가 문자로 새 주소를 보내줬을 때, 화면에 뜬 주소를 곧바로 주소록에 저장해달라고 말만 하면 알아서 해줍니다. 또 "부산 갔을 때 분홍색 옷 입고 찍은 사진 찾아줘"하면 사진도 쫙 찾아주고, "아내가 저번에 보내준 팟캐스트 재생해 줘"라고 하면 메시지에서 어떤 팟캐스트인지 찾아서 알아서 실행해줍니다. 다만 이런 기능들은 당장 적용되는 건 아니고, 내년까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개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AI
- 애플 인텔리전스의 과감한 면은 디바이스 내에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이를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을 이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용자가 쓰는 여러 앱에서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찾아내 분석하는 것은 물론, 현재 화면을 인식하고 이메일, 캘린더 이벤트 같은 데이터를 참조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시리한테 "5시 미팅을 마치고 딸의 공연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딸이 보낸 이메일을 찾아 공연 시간과 장소를 알아내고, 지도에서 경로와 도로 상황을 예측해 알려준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당신의 개인적 맥락을 토대로 한 가장 유용하고 유의미한 인텔리전스"라고 소개했습니다.
문제는 보안이다
- 나를 알아봐 주니 좋긴 한데, 걱정되는 게 보안입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기본적으로 기기 내부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를 원칙으로 합니다. 개인정보를 따로 수집할 필요없이 기기 내에서 데이터가 처리되기 때문에 일단 안전하다고 합니다. 허나 부득이하게 현재 디바이스에서 처리할 수 없는 더 큰 모델이 필요한 경우에는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합니다. 다만 애플은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가 애플실리콘으로 구축한 전용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버에서 처리되며, 이를 저장하거나 들여다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애플 측은 챗GPT를 활용할 때도 개인 정보 보호 기능이 내장돼 사용자의 IP 주소가 가려지고 오픈AI가 사용자 요청을 저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반응은?
- 애플 인텔리전스 공개 이후 애플 주가는 2% 가까이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그동안 기대감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큰 하락은 아니기에 재료 소멸에 따른 조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높았던 기대치를 충족하기엔 이번 발표가 다소 부족했다는 평도 나옵니다. 애플의 AI 전략이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릴 만큼 강력한 차별점이 부족했고, '챗GPT' 도입은 부족한 AI 기술 기반을 노출시켰기 때문입니다. 또 비전프로를 비롯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의 새로운 기능 역시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만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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